외모, 집안, 성격, 자산, 학력, 직업에서 완벽함을 갖춘 인간이라니. 2024년 소비 트렌드 10가지 중 하나였던 ‘육각형 인간(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이라는 개념과는 너무 상이한 자신의 삶이 안타깝다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는 다방면에서 균형 잡힌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하며 현대 사회의 다변화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인재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 핵심이다.
육각형 인간은 직장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예를 들어, IT 기업에서 일하면서도 그래픽 디자인과 마라톤을 즐기는 등 다재다능한 역량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한 가지 분야에만 국한된 전문성보다는 여러 분야에서 균형 잡힌 능력을 요구하고 있기에 이에 부합된 인재들이 눈에 띄는 것이다. 육각형 인간은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모두 고려하는 삶의 방식을 지향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이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균형 잡힌 역량을 키우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서 다양한 도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 끊임없는 학습과 자기계발은 육각형 인간의 핵심 요소다. 대학생들은 학업 외에도 창업 동아리, 음악 밴드, 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여 다방면에서 경험을 쌓는다. 이러한 경험들은 졸업 후 직장 생활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며 자기계발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 트렌드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그 저변에는 경제적 불확실성이라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다재다능한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소셜 미디어는 타인과의 비교를 극대화하고 개인의 성취를 더욱 부각시키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육각형 인간이 되려는 압박을 강화한다. 여기에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어느 직장인은 퇴근 후 다양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여러 가지 교육과정을 수강하고 취미활동에 몰두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일정을 소화하려다 보니 결국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고 직장 생활에서도 번아웃을 경험하게 되었다.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추려는 압박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다양한 학문 분야를 두루두루 공부하려고 한다. 그러나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고 얕은 지식만 쌓다 보면 결국 연구 성과가 미미하여 졸업이 지연될 수도 있다. 특정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쌓지 못하면 오히려 직업적 성취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에서 다른 사람들의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며 자신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막상 현실은 그러한 능력을 갖추기 어려워 좌절감을 느끼고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해져 병리적 증상들을 보이기도 한다. 다재다능한 인재상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현실과의 괴리감을 부각시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육각형 인간의 6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즉 완벽한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은 실제로 전체 인구의 5%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요소보다는 외모나 집안 등 타고나야 하는 요소들을 높게 평가하게 되고 그 좌절감을 방어적인 태도로 드러내곤 한다. 부자를 선망하게 되고 노력과 과정을 중시하기보다는 환상이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육각형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이 모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강점과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분야에서 깊이 있는 전문성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트렌드가 그러하듯 ‘육각형 인간’ 역시 비판적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삶의 목표와 가치에 맞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목받는 트렌드임은 분명하지만 맹목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의 상황과 목표에 맞게 적용할 줄 아는 조절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삶에 훨씬 유용하다. 다재다능한 역량을 갖추는 것이 꼭 모든 사람에게 최선의 길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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