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을 시작하고 나서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보다 더 불안하고 더 예민해진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문제가 풀리면 마음도 함께 편해질 거라고, 조금 나아지면 숨도 한결 잘 쉬어질 거라고 기대한다. 막상 그 지점에 가보면 그렇지가 않다. 하지만 이때의 불편함은 몸과 마음이 새로운 상태에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일 때가 많다.
사람은 자신을 설명할 수 있을 때 잘 버티며 살아간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말이 온전한 말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삶을 지탱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치유가 시작되면 이 말이 어긋나게 생각된다. 늘 참고 살던 사람이 더 이상 참고 싶지 않다고 느끼고, 늘 불안하던 사람이 잠깐이라도 편안함을 경험한다.
좋아지고 있는 것은 맞다. 좋아짐이 낯설어서 마음이 놀라는 것이다. 문득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라는 질문이 올라오면서 흔들린다. 그것은 변화의 시작에 가깝다.
또 하나는, 그동안 나를 지켜주던 방식이 힘을 잃기 때문이다. 우리는 힘들어도 힘듦 그 자체로 무너지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버티는 방법을 만들어낸다. 감정을 눌러두기도 하고, 문제를 미루기도 하고, 혼자서 어떻게든 견뎌내려고 한다. 그 방식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상담이 시작되면, 그 방식들이 하나씩 내려놓아진다. 참고 넘기던 감정이 올라오고,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다르게 보면, 이제야 제대로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관계도 함께 흔들린다. 예전처럼 참고 넘기지 않게 되고, 그저 맞춰주기만 하지도 않는다. 침묵으로 유지되던 관계가 어색해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조심스럽고, 더 어렵다. 차라리 예전이 더 편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도 올라온다. 돌아가고 싶어지는 마음,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도 완전히 돌아가지는 못한다. 이미 안에서 뭔가가 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기가 가장 불편하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어쩌면 오히려 뒤로 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멈추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이 변하기 시작하면 주변은 그것을 견디지 못한다. 이전과 다른 태도에 관계의 균형이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은근히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변화 그 자체보다, 변화가 만들어내는 불편함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나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예전의 방식으로 자신을 되돌려 놓는다. 편안해지기 위해서라기보다 덜 불편해 보이기 위해서다.
상담의 흐름 속에서 보면, 바로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자리이다. 정말로 변하기 시작할 때, 삶은 어수선해 보이고 어딘가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붙잡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있는데 새로 붙잡을 것은 아직 손에 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는 항상 편안함으로만 오지 않는다. 어떤 때는 낯설음으로, 어떤 때는 흔들림으로 온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도 괜찮다. “왜 더 힘들어졌지”가 아니라 “지금 내 안에서 무엇이 바뀌고 있는 걸까”
변화는 조용히 오지 않는다. 익숙했던 것이 흔들릴 때 시작된다. 변화의 자리에서 불안하다면 나아지고 있는 것이라 위안을 삼아도 괜찮다. 이전과는 분명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잘 가고 있는 것이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출처 : 당당뉴스(https://www.dangda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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