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너머의 성장, 선교사 자녀들과의 만남

지난 주, 태국에서 선교사 자녀(MK)를 위한 상담 캠프를 열었다. 이 캠프는 단순한 상담 프로그램이라기보다, MK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현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실질적인 대안과 극복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선교사 자녀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한국을 떠나 국제적 환경에서 자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문화적, 심리적, 사회적 경계를 넘나드는 도전의 연속이다. 사전 심리검사를 통해 자신을 점검해 보고…

광장에 닿은 성탄의 빛

춥고 어두운 밤, 광장에 촛불이 다시 타올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린 겨울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끝없이 모여들었다. 얼굴에는 분노와 두려움이 서려 있었지만 손에 든 촛불은 단순한 불빛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의 상징이었다. 비상계엄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을 때, 국민들은 침묵 대신 행동을 선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리더십과 정치 구조에 대한 신뢰의…

불완전함을 껴안는 사랑

교회에서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봉사하며 헌신했던 한 중년 여성이 있었다. 다양한 선교회의 리더로 부족함이 없었고 이러저러한 모임을 알차게 이끌었다. 교회의 행사를 도맡아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교회를 섬겼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허전함이 있었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인정이나 칭찬이 충분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무가치한 사람처럼 느껴져요” 그녀는 자신이…

그림자를 작업하는 계절

겨울은 본질적으로 멈춤의 계절이다. 자연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에너지를 축적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의 리듬과는 다른 길을 간다. 연말의 분주함과 새해의 계획 속에서 더 빠르게 달려 나간다. 정작 멈추고 돌아보아야 할 시간을 외면하기 일쑤다. 칼 융은 “그림자를 직면하지 않고는 빛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겨울은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그림자를 마주할 수 있는 아주…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는 왜 멈추지 않는가

한 노인이 길에서 폭행을 당해 쓰러졌다. 그곳을 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멈춰 서지 않았다. 10분 동안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옆을 지나갔고 그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결국, 노인은 홀로 생을 마감했다. 우리는 왜 누군가의 고통을 보고도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는 걸까?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방관자 효과에 대한 물음을 던져 준다. 방관자…

무용한 것들이 주는 울림

“난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같은 것들.” 겨울로 접어드는 공원 모퉁이에서 떠오른 어느 드라마의 대사는, 쓸모없다는 이유로 지나쳐버리는 것들이 주는 잔잔한 울림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빛의 온기는 점점 옅어지고 낙엽들은 바람에 휩쓸려 흩날리며 쌓인다. 얼핏 보기에 이 낙엽들은 목적도 가치도 없어 보이지만 그 무심한 모습 속에 오히려…

행복보다 불행이 먼저 물드는 이유

행복을 바라지만, 어느 순간 불행이 더 빠르게 마음을 채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하루 종일 쏟아지는 정보와 타인의 삶을 마주하며 피로와 불안을 느끼는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끝없는 업무와 경쟁,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내가 불행한가?”라는 생각이 문득 고개를 든다. 나도 모르게 더 나아지고 싶다는 바람은 있지만…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는 나를 위해

우리는 참 쉽게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 SNS에 올라온 사람들의 화려한 일상, 나보다 더 인정받는 동료, 주변 사람들의 끝없는 성취까지. 이런 장면들을 볼 때마다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매 순간 타인의 평가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면 자존감이 무너지기 쉽다. 이런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외부 평가…

[기고] 건강한 목회자 부부: 가정과 사역의 균형 잡기

* 이 글은 2024년 10월 17일 불꽃교회에서 개최된 <2024 제6회 한국상담목회자 컨퍼런스>에서 발표되었습니다.(편집자 주)   목회자의 가정과 부부관계 건강한 목회자 부부: 가정과 사역의 균형 잡기 김화순 목사 _중앙연회 상담센터 엔 소장_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목회자 부부관계는 결코 사적인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관계는 교회 공동체에서 공적인 의미를 지니며 목회자의 신앙적 진정성과 인격이 드러나는 중요한…

치매와 마주한 가족

수연씨가 자꾸 무언가를 잊기 시작한 건 몇 달 전이었다. 처음엔 그저 나이 때문이라며 모두들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어느 날은 집 앞 마트에서 길을 잃었고 일상적인 일조차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날들이 이어졌다. 결국 병원에서 ‘치매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남편과 자녀들은 충격에 빠졌다. 가족들의 머릿속엔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수연씨에게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