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않는 것 같은 진심에 대하여
진심을 다하면 결국 통할 것이라고 믿었다. 상처받은 내담자가 변할 수 있도록, 마음 깊숙한 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한 회기 한 회기 최선을 다했다. 때로는 내담자의 분노와 방어를 감내하며 언젠가는 그 벽이 무너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 믿음이 반드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의 관계를 신뢰했던 만큼 상처가 깊을 수도 있다. 오랜 시간 함께한 내담자가…
진심을 다하면 결국 통할 것이라고 믿었다. 상처받은 내담자가 변할 수 있도록, 마음 깊숙한 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한 회기 한 회기 최선을 다했다. 때로는 내담자의 분노와 방어를 감내하며 언젠가는 그 벽이 무너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 믿음이 반드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의 관계를 신뢰했던 만큼 상처가 깊을 수도 있다. 오랜 시간 함께한 내담자가…
분주히 오가는 버스,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기다림을 나르는 택배기사, 길모퉁이에서 은근히 유혹하는 붕어빵 냄새. 익숙한 풍경들은 단순히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라 세상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정교한 퍼즐 조각과도 같다. 어쩌면 우리는 소소한 움직임들이 만들어내는 안정감 덕분에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심리학자 샐리그만(Martin Seligman)은 일상의 안정감이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고…
겨울 새벽,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걷다가 문득 시간을 떠올렸다. 그저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은 사실, 멈춤과 선택의 틈으로 가득 차 있다. 하루라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무의미한 반복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삶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남는다. 시간은 그 자체로 방향을 제시하지 않지만 무엇을 붙들고 무엇을 놓을지는 결국 우리의 몫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혼란과 긴장의 순간을…
시속 107,000km.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빠르게 공전하며 매 순간 거대한 여정을 이어간다.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 흐름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간다. 우리의 일상이 그렇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방향을 잃거나 익숙한 반복에 머물러 버리곤 한다. 2024년 12월,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큰 혼란을 겪으며 스스로의 궤도를 점검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계엄령이라는…
지난 주, 태국에서 선교사 자녀(MK)를 위한 상담 캠프를 열었다. 이 캠프는 단순한 상담 프로그램이라기보다, MK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현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실질적인 대안과 극복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선교사 자녀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한국을 떠나 국제적 환경에서 자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문화적, 심리적, 사회적 경계를 넘나드는 도전의 연속이다. 사전 심리검사를 통해 자신을 점검해 보고…
춥고 어두운 밤, 광장에 촛불이 다시 타올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린 겨울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끝없이 모여들었다. 얼굴에는 분노와 두려움이 서려 있었지만 손에 든 촛불은 단순한 불빛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의 상징이었다. 비상계엄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을 때, 국민들은 침묵 대신 행동을 선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리더십과 정치 구조에 대한 신뢰의…
교회에서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봉사하며 헌신했던 한 중년 여성이 있었다. 다양한 선교회의 리더로 부족함이 없었고 이러저러한 모임을 알차게 이끌었다. 교회의 행사를 도맡아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교회를 섬겼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허전함이 있었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인정이나 칭찬이 충분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무가치한 사람처럼 느껴져요” 그녀는 자신이…
겨울은 본질적으로 멈춤의 계절이다. 자연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에너지를 축적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의 리듬과는 다른 길을 간다. 연말의 분주함과 새해의 계획 속에서 더 빠르게 달려 나간다. 정작 멈추고 돌아보아야 할 시간을 외면하기 일쑤다. 칼 융은 “그림자를 직면하지 않고는 빛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겨울은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그림자를 마주할 수 있는 아주…
한 노인이 길에서 폭행을 당해 쓰러졌다. 그곳을 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멈춰 서지 않았다. 10분 동안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옆을 지나갔고 그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결국, 노인은 홀로 생을 마감했다. 우리는 왜 누군가의 고통을 보고도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는 걸까?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방관자 효과에 대한 물음을 던져 준다. 방관자…
“난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같은 것들.” 겨울로 접어드는 공원 모퉁이에서 떠오른 어느 드라마의 대사는, 쓸모없다는 이유로 지나쳐버리는 것들이 주는 잔잔한 울림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빛의 온기는 점점 옅어지고 낙엽들은 바람에 휩쓸려 흩날리며 쌓인다. 얼핏 보기에 이 낙엽들은 목적도 가치도 없어 보이지만 그 무심한 모습 속에 오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