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모성은 위대하지만 모든 방법이 옳진 않다

어머니가 팔순을 훌쩍 넘으시면서 나에게 묘한 감정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에 거르지 않고 안부 전화라도 꼬박꼬박 드렸었는데, 어느 순간 어머니 전화번호를 누르려다 망설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드라마에서 전화기를 손에 들고 무어라 끄적이다가 아니다 싶어 지워버리는 장면처럼, 툭 내려놓고 돌아서는 내 모습이 참으로 이상하였다. 부모는 자식한테 평생…

내향성이 강점이 될 수 있다

내향성이 강점이 될 수 있다 외부적인 활동이 많아서인지 사람들은 나를 종종 외향적이라고 평가한다. 사실, 보이는 것과는 달리 내향의 성향이 더 많은 사람이다. 활동적이거나 사교적이어서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에너지를 얻기보다는, 조용하게 사색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훨씬 좋아하고 내부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큰 그룹이나 소란스러운 환경보다는 소모임이나 개인적으로 하는 활동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 한때는 자신감이 넘치고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선을 넘는다는 것

가끔씩 우리 인생은 선을 넘거나 넘지 않을지를 맴도는 여정으로 보일 때가 있다. 애청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제9화 “선을 넘는다는 것”에서는 기존의 소극적이고 안정적인 삶에 대한 시선을 바꿔줄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적극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맺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안겨준다. 보라와 선우의 대화에서 보면, 보라 역의 류혜영이 선우 역의 고경표에서 기존의 관계를 깨지 말고 그냥 이대로 잘…

어떻게 사랑의 관계를 배울까

어린 아기 때의 울고, 빨고, 미소 짓고, 매달리는 등의 애착 행동에 주 양육자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평생 애착의 질이 결정된다니… 이런 이론을 배울 때 참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타인과의 관계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중요 조건이 된다고 할 때, 지금의 대인관계 형태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니 서글픈 일이다. 30대 중반의 미혼 여성, 퇴사하고…

긍정의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갈 때

“여행 가서 카지노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몇백만 원을 땄어요. 그 이후로 계속 생각이 나면서 카지노의 기계 소리가 멈추지 않고 들려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그곳에 들어가면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가요. 돈을 따면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아요. 화려한 공간에서 제일 능력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고 이걸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죠. 한 방이면 되는데 회사생활을 뭣하러 하나…

짜증 이면에 담긴 것들

혜진씨는 직장 동료로부터 ‘왜 이렇게 짜증을 내냐’는 핀잔 섞인 말을 듣고 자신이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는 사람인 줄 몰랐다며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물어 왔다. 최근에 사람들이 ‘아 짜증나!’라는 말이 일상에서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온다고 한다. 흥행하는 영화를 보면서 속이 답답해 짜증이 폭발했다든지, 정치 관련 뉴스를 보면서 짜증이 올라와 물건을 집어 던졌다든지, 짜증이 나서 주변 상황 아랑곳하지…

올해 당신의 색은 무엇인가요

세상에 음악이 없다면 어떨까. 무척이나 밋밋하고 적막하게 느껴질 것이다. 곁에 항상 음악을 두고 있는 나로서는 음악이 없다는 것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에 음악이 곁들여져 있으며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음악이 극의 감동을 몇 배나 증폭시켜준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블루스라는 음악은 찬송가와 흑인 영가로부터 발전했다. 흑인들이 목화밭에서 힘든 노역을 하면서 노동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기…

시간은 이미 거기에 있지 않다

새해가 되면 가장 활기를 띠는 곳이 운동시설이 아닌가 싶다. 그 흐름에 합류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 과연 몇 날이나 열기를 이어 갈지 손가락을 꼽아가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얄팍한 웃음들을 지어 보였지만 언제나 그렇듯 발을 내디딘다는 것은 시간을 꿰어간다는 것이니 그 자체가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인가.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살아있는 어떤 존재도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시간…

지금 나의 마음이 상처를 입진 않았나요

마스크를 썼음에도 갸름한 얼굴과 고운 피부결이 드러났다. 말을 꺼내어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조금 느리긴 해도 오히려 차분하게 느껴졌다. 한참 대화를 나누다 꺼내어 보여준 손을 보는 순간, ‘아 어쩌면 좋을까’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새어 나왔다. 얼마나 손을 씻었던지 건조하기 이를 데 없이 거칠고 아파 보였다. 마음이 아프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고 신체적인 증상으로까지 발현되었음에도 아무…

겸비의 계절

겸비의 계절 누군가 나를 무시하는 행동을 한다면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 게다가 한 공간 안에서 드러내놓고 다른 사람과 차별하여 대한다면 그 상황을 오래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직장 상사로부터 노골적인 차별과 무시를 당한 한 여성은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의 경험이었으나 그런 상사의 모습을 보며 ‘참 유치하다’라는 생각을 했다는 그녀에게 엄지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