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기
안아주기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해마다 한두 번쯤은 대학입학시험을 치루는 꿈을 꾸는 것 같다. 종료시간은 다가오는데 문제의 답을 내지 못해 애를 먹다가 잠에서 깨곤 한다. 아, 그 긴장과 초조함을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대학입시의 계절, 수학능력시험을 치룬 학생들을 생각하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최선의 노력을 하고서도 치열한 경쟁에 놓이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지 못했을 때 겪게 될 좌절감과…
안아주기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해마다 한두 번쯤은 대학입학시험을 치루는 꿈을 꾸는 것 같다. 종료시간은 다가오는데 문제의 답을 내지 못해 애를 먹다가 잠에서 깨곤 한다. 아, 그 긴장과 초조함을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대학입시의 계절, 수학능력시험을 치룬 학생들을 생각하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최선의 노력을 하고서도 치열한 경쟁에 놓이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지 못했을 때 겪게 될 좌절감과…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프랑스의 작가 쥘 르나르(Jules Renard)의 <홍당무>라는 동화는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작가의 쓰라린 유년 시절 추억이 담긴 자전적인 소설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소년의 붉은 머리와 주근깨로 인해 홍당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그는 성격이 괴팍하고 쌀쌀맞은 어머니와 자식에게 관심은 있으나 일에 바빠 무관심한 아버지, 약삭빠른 형과 소심한 누나와 살면서 따돌림을 당하고 어머니로부터…
슬픔에 공감하는 사람들 배움의 자리에서 동고동락했던 친구가 아프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해 작별의 인사를 나누지 못했기에 실감도 나지 않고 더욱 마음이 아팠다.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과 모여 그 친구를 생각하며 오랜 시간 애도했다. 너무나 황망한 소식에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시간이었다. 슬픔에 빠져있는 동안 나의 슬퍼하는 얼굴에 관심을…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답다는 노랫말을 이해하는 데에는 꽤 오랜 세월이 걸렸다. 곡조도 아름답고 잔잔한 기타 반주에 더해지는 가수의 목소리도 좋은데 가사의 내용이 마음에 와닿지를 않았다. 이제는 인생의 가을을 살고 있어서일까? 낙엽이 쌓이고, 낙엽이 흩어지고, 낙엽이 사라진 가을날의 외로움과 쓸쓸함의 심정을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남성들의 가을 심정을 노래했다니…
새로운 발걸음을 떼라는 신호 스트레스가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시대는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거리를 걷다 보면 축 늘어진 어깨, 초점을 잃은 눈동자, 하염없이 스마트폰을 넘기는 손가락을 자주 만나게 된다. 수많은 심리적 위험에 노출된 채로 살아가는 모습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행동들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피곤한지 느낄 수 있다. 스트레스는…
자전거를 끌고 가는 아이 하루가 열리는 이른 아침,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길가에 서 있는 자동차는 내 차 한 대뿐이었고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차량은 찾아볼 수 없는 한산한 도로였다. 신호가 바뀌었다. 자전거를 타고 건너갈 줄 알았던 아이는 생각과는 다르게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면서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어서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다음 신호 앞에서도…
좋은 목리가 되려면 쉼이 필요하다 품위 있게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기쁨이 있다. 식당 종업원에게 시시콜콜한 농담을 던지며 사람을 얕잡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고, 사람의 생김새나 차림새를 함부로 판단하는 눈동자를 갖고 있지 않으며, 사람을 대할 때 성적인 호기심이 발로되는 것이 아니라 인격에 대한 존중이 작은 몸짓과 태도에서 묻어나는 사람,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인자함으로…
어지러운 감정의 길 위에서 어디가 길인지, 이 길의 끝은 어디인지 마치 흑암에 뒤덮여 있는 것처럼 온통 어지러운 형국이다. 곳곳에서 불어오는 경악할 사건들은 심장을 얼룩덜룩한 이미지로 바꾸어 놓았다. 도무지 멈출 줄 모르고 타오르는 태양,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이 사람을 마구 찌르는 무법의 난무, 언제 무너질지 몰라 발끝을 세우게 하는 철근 빠진 건물, 물 한 모금 찾기…
선생님이 되지 말라고 하는 사회 교사는 보통 안정적인 직업으로 많은 사람이 선호한다. 안정적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제자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선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높은 선호도와 달리 실제 교육현장에서 교권침해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를 언어적, 신체적, 심리적으로 폭행했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최근 한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던 삶의 현장인…
등등거리를 입는 지혜 이해 여름은 장마다운 장마로 인해 무덥고 습한 여름 기운을 더 무겁게 느끼게 한다. 쉬지 않고 내리는 장맛비에 곳곳에 피해가 속출하고 사람들의 마음 또한 축축 늘어져 쾌적한 그 무엇을 갈구하게 한다. 라디오에서 조상들이 입었던 ‘등등거리’라는 여름옷을 소개하는데 그 모양새를 상상만 해도 시원하다. 등나무 줄기를 가늘게 해 엮어 만든 등등거리는 주로 등토시와 함께 착용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