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지난 10월 불가리아에서 동유럽·이슬람권 선교사 부부를 위한 ‘숨앤쉼 세미나’를 진행했다. 다른 문화와 종교적 환경 속에서 사역해 온 부부들이 일상을 떠나 서로를 다시 돌아보는 자리였다. 세미나에서는 각자의 기질과 성격을 이해하고 반복되는 갈등을 살펴보며 대화하는 방법을 연습했다. 그 과정에서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대화하는 방법을 아는 것과 실제로 배우자에게 마음을 여는 일 사이의 거리감이었다. 배우자의 말을 끊지…

상담노트(10) “잃어버린 것은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이었다”

아내를 떠나보낸 지 일 년이 지난 60대 남성의 상담은 뜻밖에도 여행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한동안 집 밖으로 나가는 일조차 힘들었지만 이제는 식사도 챙기고 사람들도 만난다. 주변에서는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여행 프로그램을 보다가 한참 동안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못했다. 화면에는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이 나오고 있었다. 은퇴하면 아내와 함께 가기로 했던 곳이다. 두 사람은 여행책을…

2026년 후반기 공개강좌(한국임상목회교육협회)

한국임상목회협회(KCPE) 2026년 후반기 공개강좌 및 총회가 아래와 같이 열릴 예정입니다.   1. 일 시 : 11월 23일(월) 오후 1시 2. 장 소 : 세브란스병원 6층 예배실(신촌 본관) 3. 주 제 : 장애유형별 긍정심리상담 전략과 실제 4. 강 사 : 양종국 교수(한경국립대학교 부총장, 한국진로교육학회장) 5. 신 청 : 포스터의 QR코드 또는 아래 링크를 통하여 신청바랍니다. https://forms.gle/cB9uxcq2Wm2eSFPbA  

평범한 일상이 두려워질 때

인천의 한 대형 상업시설에서 무차별 흉기 공격이 벌어졌다. 평범하게 식사를 하고 쇼핑을 하던 시민들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공격당했다. 열아홉 살 청년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건 이후 식당가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위협받은 장소이고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일터다. 한 사람의 폭력이 수많은 사람의 일상을 무너뜨렸다. 끔찍한…

상담노트(9) “기본적 귀인 오류, 나는 사정이 있었고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남편은 원래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에요.” 몸이 좋지 않았던 날이었다. 일찍 들어와 달라고 부탁했지만 남편은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귀가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는 순간 서운함보다 화가 났다. 아프다는 말을 듣고도 늦게 온 것을 보면 자신은 남편에게 그다지 중요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남편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퇴근 직전 처리해야 할 문제가 생겼고 회의가 예상보다 길어졌다. 그렇다고…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나오면 그제야 이야기가 시작된다. 회의 중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던 사람이 사실은 그 결정이 마음에 걸렸다고 털어놓는다. 옆에 있던 사람도 비슷한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정작 의견을 나누어야 할 자리에서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전에 여러 가지를 헤아린다. 지금 이 말을 해도 괜찮을지, 누군가 불편해하지 않을지, 앞으로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를…

제 3회 쉼앤쉼 세미나

  □ 주제 : 동유럽 이슬람권 선교사 부부를 위한 세미나 “사역은 계속되는데, 우리는 괜찮습니까?”   □ 일시 : 2026년 10월 20일(화) ~ 23일(금), 3박 4일   □ 대상 : 감리회 소속 선교사 부부   □ 장소 : 불가리아 소피아, B1 CITY HOTEL   □ 주관 :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KMCM)   □ 강사진 임학순 목사(대원교회,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이사장) 김종현…

상담노트(8) “그 사람이 지겨워질 때”

여러 해 동안 정신질환을 앓아온 60대 초반의 A는, 학창 시절 증상이 나타나 학교를 그만두었고 주변에서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것만은 싫었던 A는 교회에 열심히 다니며 아픈 시간을 견뎌왔다. 성인이 된 뒤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고 입원과 치료를 반복했다. 상태가 심해지면 며칠씩 잠을 자지 않은 채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를 이어갔다. 약을 복용하면 일상이 회복되었지만 몸이 처진다며…

알면서도 할 수 없을 때

흔히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운동을 해보라거나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보라고 한다. 잠을 잘 자고 제때 밥을 먹으라는 조언도 빠지지 않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그 사람도 이미 알고 있다는 데 있다. 상담실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씻고 밥을 먹고 밀린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차례로 떠오른다. 운동도 해야 한다. 그런데 몸을 일으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