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운동을 해보라거나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보라고 한다. 잠을 잘 자고 제때 밥을 먹으라는 조언도 빠지지 않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그 사람도 이미 알고 있다는 데 있다.
상담실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씻고 밥을 먹고 밀린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차례로 떠오른다. 운동도 해야 한다. 그런데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른다. 그러고 나면 “이것 하나 못 하는 내가 한심해요”라며 자신을 책망한다. 가족들은 마음먹고 일어나면 될 일을 왜 못 하느냐고 답답해한다.
이때 상담자가 “조금씩이라도 움직여보세요”라고 말한다면 내담자는 이미 자신에게 수십 번 했던 말을 다시 듣게 된다. 상담에서는 그 ‘못 하는 지점’을 자세히 살핀다. 아침에 눈을 뜬 뒤 무엇이 일어나는지, 몸은 어떤 상태인지, 어느 순간 일이 벅차지는지, 머릿속에는 어떤 말이 지나가는지를 묻는다.
심리치료에는 우울이나 무기력으로 활동이 줄어든 사람에게 작은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도록 돕는 ‘행동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가 있다. 하루 전체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씻고 밥을 먹고 운동까지 하는 계획이 버겁다면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여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의욕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의 크기를 찾는다.
그러나 모든 회복을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운동이 필요해도 혼자 운동센터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락할 사람이 없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생각을 제도적으로 옮긴 것이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이다. 영국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지역의 활동과 모임, 복지 서비스 등을 연결한다. 그 중심의 ‘링크 워커(Link Worker)’는 무엇을 좋아하고 지금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살펴 필요한 자원을 찾아준다. “사람을 좀 만나보세요”라는 조언 대신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선택으로 바꾸어주는 셈이다.
서울시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9월 23일 문을 여는 ‘서울잇다플레이스’에서는 1:1 상담과 ‘청년마음편의점’, 문화·예술, 건강, 생활관리 등의 활동을 통해 사람과 지역사회를 잇는 ‘서울연결처방’을 제공한다. 혼자 마음을 추스르라고 요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시 일상에 참여할 통로를 마련한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참 많은 것을 가르쳐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강하게 먹으라고 한다. 기도하고 믿음을 가지라는 말도 쉽게 건넨다. 그러나 이런 말은 때때로 또 하나의 과제가 된다. 운동하지 못하면 게으른 사람이 되고, 기도할 힘조차 없으면 믿음까지 의심하게 된다.
상담에서는 “왜 그것도 못 했어요?”보다 “무엇 때문에 거기서 멈추게 되었을까요?”를 묻는다. 의지부터 문제 삼는 대신 행동을 막고 있는 우울과 불안, 수치심, 관계의 단절과 생활환경을 살펴보게 한다.
수백 명이 함께 예배를 드려도 힘든 이야기를 꺼낼 사람이 없을 수 있고, 매주 같은 자리에 앉아도 결석했을 때 찾는 사람이 없을 수 있다. 지친 사람에게 봉사를 맡기거나 소그룹에 배치했다고 돌봄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이 역할인지 휴식인지,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일인지 한 사람과 찬찬히 이야기하는 시간인지 살펴야 한다.
로뎀나무 아래의 엘리야를 떠올린다. 갈멜산의 일을 마친 그는 완전히 지쳐 주저앉았다. 하나님은 먼저 자게 하고 먹게 하셨다. 천사는 그를 깨워 음식을 먹게 했고 엘리야는 다시 누워 잠들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 뒤에 나왔다. 몸이 버틸 수 있게 하는 일이 먼저였다.
누군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우리는 쉽게 동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울 때문에 몸이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고,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시작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무엇인가 해낼 힘을 잃을 만큼 지쳐 있거나 혼자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버거울 수도 있다.
그래서 아주 구체적인 질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이번 주에 혼자 하기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일을 혼자 감당하지 않을 방법을 함께 찾아본다.
일어나야 한다는 것도,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도, 자기 삶을 돌봐야 한다는 것도 그 사람은 이미 알고 있다. 알면서도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신발을 신고 문을 나서는 사람, 그리고 다음에도 그 자리에 와 있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출처 : 당당뉴스(https://www.dangdang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