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향한 비판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기대했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고 국민들의 실망도 크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자리다.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평가받아야 한다.
다만 이번 일을 바라보며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정말 이 모든 책임은 감독 한 사람의 몫일까. 국가대표팀의 성적은 감독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선수와 협회, 시스템,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여러 사정까지 수많은 요소가 얽혀 있다.
사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모두가 한 사람만 바라보며 돌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상담실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들, 자신의 잘못보다 훨씬 많은 책임을 홀로 떠안고 살아온 사람들이 떠오른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사람들의 시선은 가장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에게 향하기 마련이다. 복잡한 구조보다 한 사람을 지목하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쉽고 감정도 쏟아내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남편만 바뀌면 됩니다.”, “목사님만 바뀌면 교회가 살아날 겁니다.”, “우리 아이만 문제입니다.”
처음에는 정말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상담이 깊어질수록 문제는 한 사람이 아니라 관계 속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문제의 사람’으로 여겨졌던 이는 오히려 공동체의 긴장을 가장 먼저 떠안고 있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보웬은 이를 ‘지목된 환자(Identified Patient)’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습은 가족만이 아니라 직장과 교회, 사회에서도 반복된다. 불안한 공동체일수록 한 사람에게 책임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희생양 만들기(Scapegoating)’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희생양을 만들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책임만 옮겨질 뿐이다.
성경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예수께서 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셨을 때 제자들은 이렇게 물었다.
“이 사람이 맹인으로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 자기입니까, 부모입니까?”
제자들의 질문은 오늘 우리의 질문과도 닮아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누구를 탓할 것인가보다 하나님의 일이 어떻게 드러날 것인지를 바라보게 하셨다.
그렇게 한 사람에게 책임이 집중될 때 남는 감정은 억울함이다. 억울함은 잘못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보다 더 많은 책임을 떠안았다는 것이다. 억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을 바로잡는 것과 무너진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책임을 묻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판은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든다. 잘못된 결정은 반드시 평가받아야 하고 제도와 시스템도 끊임없이 점검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전체의 일부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결과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많은 고민은 보지 못한다. 한 사람의 실수는 쉽게 보이지만, 그 사람 뒤에 놓인 구조와 환경은 좀처럼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말은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큰소리로 비난하는 사람이 아니라,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는 지금도 자신의 몫보다 더 많은 책임을 홀로 감당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던지는 말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 또 하나의 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출처 : 당당뉴스(https://www.dangdangnews.com)







